이번 매출 떨어지면 니 잘못

평소 가만히 있던 실장님은 매출 실적 보고날만 되면 마케팅 담당인 나한테 와서 니가 이렇게 해서, 니가 이거 안해서, 니가 이걸 명확히 안해서 니 책임이라고 한다. 그러고 윗분에게 쪼로로가서 이번달 매출이 이런데 제 생각엔 마케팅에서 이렇게 해서 매출이 이정도밖에 안된거 같아요~라고 함. 

그 보고가 끝나면 이제 윗분이 나한테 전화해서 왜 이렇게 했어? 왜 이런 구멍 만들었어? 하고 난리법석남. 이게 한두번이면 괜찮은데, 실장님이 자기'만' 살려고 나를 팔아넘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슬슬 생존 구멍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엑셀 파일을 만들었다. 

신환(신규환자)의 유입 경로와 관심 분야, 상담 성공이 됐는지 실패했는지 등을 모두 적어놓은 엑셀 파일을.

불러오는거까진 내 책임, 그 후론 니 책임

인정한다. 물론 나도 매출에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게 온전히 나 내탓이긴 어렵다. 몇번 혼나고 억울함에 잠을 설친 후 생각해보니, 성형외과 마케팅 팀장으로서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은 신규 환자를 어떻게든, 무슨 방법을 써서든 전화를 유도하는 일, 데려오는 일이다(결국 DB를 얻어내는 일이겠지).

딱 거기까지가 내 일이다. 그리고 그걸 위해 홈페이지든 블로그든 카페든, 카카오 비즈니스든, 구글이든 다 동원하는게 내 업무.

근데 그 이후, 방문한 고객을 상담하고 이 병원에서 성형해야지, 시술해야지 결정하게 하는건 실장몫이다. 할인을 해주든, 끝내주는 효과를 자랑하든, 서비스를 팍팍 넣어주든. 그건 내가 모르는 일이고. 그쪽에서 책임질 일.

그러므로 다시 한번 정리하면!

마케팅 담당으로써 내가 하는건 신규 환자 유입. 실장이 해야하는 건 신규 환자의 구매 전환인셈.  

이제부터 CRM 겁나 열심히 볼거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온 신규 환자 놓치면 윗분한테 그건 내 잘못 아니고 저분 잘못인데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

아 근데 병원 마케팅에서 ㅋㅋ 이런거 다 필요없는게

원장님이 기똥차게 수술만 잘하면 다 필요없고 손님 박터진다는거. 직원들끼리 니탓 내탓하지말고 원장님탓이나 하자. 속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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