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퇴사도 쉽지 않음

10월까지 딱 일하고 퇴사했음. 퇴사하는데도 누구는 빨리 나가라고 하고 누구는 붙잡아서 ㅋㅋ 쉽지 않았다. 나 없어도 물론 잘돌아가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일궈놓은 시스템이 인어공주처럼 물거품될까봐 무서웠다. 근데 아무도 안받으려고 하니깐 나중엔 자포자기하고 그냥 나왔다. 알아서 하겠지.

여튼 원래 한달도 더 넘게 기간 잡고 말씀드린건데 바로 나가래서 당황하긴 했다. 

02. 생각해보면 또 아까움

계산해보니 내 근로역사상 최장기 근무였다. 2년 넘게 일했으니깐. 원래 대행사 다닐땐 ㅋㅋ 진짜 죽기살기로 하다가 퇴사했었는데 여기 병원 오니깐 원장님이 제일 먼저 일 안하고 도망가는데 바빠서 직원들은 모두다 칼퇴였다. 어지간해선 ㅋㅋ 마케터인 나도. 그리고 누구도 내 성과 평가나 업무 방식 같은거에 태클을 안놔서 좋았음. 내 생각대로 다했고 그게 매출로 연결됐던거 같아 좋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굉장히 보수적으로 했었음. 실장은 공격적으로 하길 원했던거 같은데 돈도 내가 달라고 해야되고 욕도 내가 먹어야되고 각종 의료법도 내가 알아야되는데 사실 그러긴 쉽지 않았다. 

뭐 근데 연차도 없고 휴가도 없는건 너무나 힘들었어. 아무리 10인 미만 기업이라지만.

03. 그래서 지금은 뭐하냐고?

퇴사한 2달. 나름 알차게 보냈다. 원래 계획은 스마트스토어 위탁 도전하는거였는데 이게 파보면 파볼수록 뭔가 밑지는 느낌. 우선 공부는 하고싶어서 마침 ㅋㅋ 부모님네 가게 상품을 스마트스토어로 오픈하려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랑 이야기해서 그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해서 광고도 해보고 글도 써보고 하는중. 솔직히 나나 걔나 이게 팔리겠어? ㅋㅋㅋ 했는데 문제는 진짜 팔림. 조금만 신경 많이 써서 하면 부업으로 하긴 괜찮을듯. 역시 사입이 짱이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위탁은 살짝 위험도가 보인다.  

그리고 운전도 배움. 10년차 장롱이었는데(수원에서 서울까지 학교 다니고, 일 다니고 해서 운전할 일이 없었음) 이제 백수다보니 운전을 전담하는 와이프 눈치 보여서 안되겠더라 ㅋㅋ 가족이나 친구한테 연수 받으면 안된다길래 없는 돈을 쪼개 학원에서 운전 연수까지 받았고 지금은 동네부터 조금씩 운전 바운더리를 넓혀가는중. 하지만 아직도 오른쪽 끼어들기는 너무나 어렵다 ㅠㅠ

또 네이버 블로그에도 신경 좀 썼다. 나의 주된 부수입원이었는데 바빠서 ㅋㅋ 일주일에 두세개 힘들게 올렸던걸 각잡고 일주일 네다섯개 올림. 그랬더니 10월 기준 5만 3천 방문자수에서 12월 기준 6만 3천 방문자수 기록. 총 일만명 늘었으니깐 하루 방문자가 대충 300명씩은 더 늘었다는 이야기. 나같은 일상 블로거에겐 일 방문자 300 증가면 떡상이고말고 ㅋㅋ  

가장 최근에는 배민커넥트 도보 배달도 도전중이다. 집에만 누워있었더니 몸이 찐거같더라고. 적당히 걷고 뛰고 하면서 배달하니깐 내 커피 한잔, 미용실 한번 갈만한게 소소한 용돈도 벌고 좋다.

백수 너무 재밌고 너무 신남. 2022년 새해됐으니 이제 백수 그만하고 구직해야되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어서 ㅋㅋㅋ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여튼 요즘은 이렇게 살구요, 또 추억 끄집어서 생각할거리 있으면 꺼내보겠습니다. 

01.

성형외과 마케팅 해먹은지도 2년 넘었다. 여기서 배운건 동네 장사해먹는 법. 그거는 좀 잘 배운거 같다. 여튼 할만큼 한거 같아서 슬슬 떠나려는 마음이 요새 싱숭생숭 들긴 하다만.

02.

우리 엄마 아빠는 IMF 이후 세탁소를 해왔다. 20년 넘게 했으니깐...이제 나름 동네 터줏대감 아닌가? 근데 그 동네가 많이 쇠락한 상태라 그냥 단골 위주로 동네 사람들이랑 노가리 까는 재미로 요샌 영업하시는듯. 아빠는 부업 뛰고. 

03.

타고난 효자인 나. 엄마 아빠가 놀지말고 열심히 일했으면 좋겠다. 내가 도울 수 있는건 배운 도둑질뿐 ㅋㅋ 엄마 아빠 가게 네이버 플레이스 싹 등록해주고, 플레이스 광고까지 세팅해줬다. 플레이스 광고가 (지금까진) 좋은게 50원으로 꽤나 영향력 있는 플레이스 영역에서 상단 노출을 보장해준다는거.

근데 또 집고 넘어가야하는 포인트는 현재는 플레이스 광고가 베타 기간이라서 무조건 입찰 비용 50원으로 고루고루 노출시켜주는 시스템인데, 만약 경쟁사들이 아직 여기 플레이스 광고 안하면 ㅋㅋ 50원에 계속 노출 및 클릭이 가능하다는거지. 이거 개꿀임.

우리 세탁소의 경우 워낙 단가가 낮아서 키워드 광고까진 좀 에바쎄바인거 같은데 50원 정도면 뭐...그래도 할만하겠지.

04.

의료광고 심의 받다가 세탁소 광고 하니깐 세상 속시원함. 젠장. 누구 허락받을 필요도 없고 심의 비용도 안들어감. 

05.

이거 세팅하자마자 엄마가 네이버 보고 손님 한명 찾아왔다고 해서 나까지 놀람. 아니...이렇게 효과가 금방 난다고??? ㅋㅋㅋ 앞으로 지켜보면서 엄마 아빠 허리끊어지도록 일하라고 도와야겠다. 

1. 병원 유지 보수

분명 마케팅하라고 해서 들어왔는데...이 병원에서 원장님 빼고 유일한 남자이다 보니 자질구레한 일은 다 떠맡고 있으며 인터넷좀 한다는 이유로 점점 맡은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이 안되면 나를 부른다. 근데 나도 인터넷선이 어디인지 모르는데 우선 나부터 찾는다. 그럼 나는 통신사에 연락한다. 전기가 나간다고 한다. 나를 찾는다. 저번에 한번 두꺼비집 열었는데 찌릿! 느껴져서 하마터면 전기구이통닭이 될뻔했다.

그래도 전구 갈기, 뭐 붙이고 떼기 이런건 점점 능숙해지는듯. 엄마...엄마 아들 이런거 하고 있어. 

2. 데스크 업무

사실 이건 내가 맡으면 안되는 업무인데 나도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면 갑갑해서...흔쾌히 나가는 편이다. 나가서 전화도 받고 고객들 예약도 잡아주고 안내도 한다. 근데...시꺼먼 30대 중반 남정네가 성형외과 데스크에 떡하니 앉아있는 것도 생각하면 전혀 플러스가 아닌데. 그리고 내가 하면 어설프긴해도 몇십분 정도 대타 정돈 어쨌든 가능하다. 근데 앉아있을 때마다 느낀다. 자기들이 돌아가면서 데스크를 봐야지 왜 외부 업무인 나를...? 마케팅인 내가 왜...?

3. 상담 업무

이것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온라인 상담은 내가 하고 있다. 이제 많이 지식이 쌓여서 웬만한건 내가 다 할 수 있다. 애매한 것들만 실장들에게 물어보고 진행하지. 2년이 넘어 3년째를 바라보니 이제 서당개의 새끼 정도의 성형 지식을 쌓은듯. 근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케터인데 이런 상담까지 하고 있다. 내가.

4. 인사 업무

사람인, 잡코리아...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내가 간호사 피부관리사 실장들 뽑고 있다. 물론 최종은 윗분들이 하지만 구인 공고 올리고 1차적으로 스크리밍 하는건 나. 경력이나 관련성 부족이면 내가 우선 보고 스킵한다. 사람 뽑기 겁나 힘듬...진짜. 

아 그리고 요새는 원장...구인 공고까지 내가 올리고 있다. 대표 원장님이 하던건데 내가...? 의사 구인 공고 올릴땐 내가 괜히 후덜덜. 연봉 수준 같은게 보이니깐 과연 의사 자격증은 의사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한다. 다른 세상 사람들임 ㅋㅋ 


이렇게 나는 병원에서 각종 잡무를 떠맡고 있다. 잡일 담당이란건 마케터의 뗄레야뗄수 없는 숙명인가보다. 배우는게 많아서 좋은거라 생각해야할지...ㅋㅋㅋ 여튼. 점점 다재다능해진 나. 칭찬해~

#1

일하다 보면 이런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다른 병원에서 성형 수술, 시술을 했는데 거길 못가니 니네 병원에서 소독만 해달라, 실밥만 빼달라, 항생제만 처방해달라...

전화한 그분들이야 이게 뭐 어려운 일이지? 하면서 전화하고 우리가 안된다고 하면 화를 내시거나 비아냥 거리는 분들도 있고 심지어는 진료 거부라고 인터넷에 글 올린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많이 어려운 문제다. 재수없으면 우리가 덤터기 쓰게되니깐. 

#2

남이 한거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손을 덧대게 되면 이제 책임이 나눠지게되는거다. 만약 그게 후에 결과가 잘못나왔다고 하면? 아이구...그쪽에서 실밥을 잘못뽑았네요...하면 옥신각신되는거다. 그리고 또 결정적으로 우리는 그분이 수술을 뭘 어떻게 받았는지도 모르는 상태라는거. 2만원 벌려다가 2천만원 아니 2억 날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도 피하게됨.

#3

결론은 병원도 휘말릴 수가 있어서 이러는거다. 사람은 생각보다 선하지 않다. 걸고 넘어질 일이 있으면...하물며 그게 얼굴이면 더더욱 악착같이 걸고 넘어진다. 그러니깐 수술 받으실때 수술뿐만 아니라 후처치도 꼭 염두에 두고 수술을 받으셨으면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주는 병원으로. 안그러면 환자분만 고생하시게 된다 ㅠ 

사실 내심 코로나는 이 업계에 호재라고 생각해왔다. 해외여행 못가고 면세점 이용 못하니깐 그 돈이 다 백화점이나 성형외과피부과로 들어온다고 느꼈는데...

코로나 거의 처음때 큰타격입고 서서히 회복. 그러다 오히려 ㅋㅋ 비성수기인 최근에도 비성수기 X까 ㅋㅋ 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는데...

델타변이로 천명대 찍으니깐 확 줄어들음. 돌아다니는 것조차도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나라에서 막아버리니 쩜쩜. 할말이 없어져버렸다.

원래 잡혀있었던 수술과 상담 취소되어버려서 허탈하네. 병원은 소상공인도 아닌 적폐라고 나라서 딱히 지원도 안해주는데...캬캬캬.

(제발 의사는 돈 많을지 몰라도 그 밑에 직원들은 부자 아니라고...아니 의사도 병원 관리비만 내도 휘청함)

에휴 모르겠다. 이거 끝날때까지 또 존버해봐야지. 

 

날씨 따스해지니깐 예약 급격히 떨어졌다 ㅋㅋㅋ

건방진 마케터에겐 소비자가 가차없이 심판하는구나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울부짖는다...매출 떨어지면 또 멱살잡히겠군

5월달되면 더 더워지고 따스해지면 사람들 다 튀어나가서 반사 소비할텐데

성형외과는 곡소리나겠구만

지금 5월 스케줄러 보니깐 텅텅 비어있다 지옥의 달이 되겠구나 가정의 달인데 내 가정은 풍비박산 나겠군

성수기 마지막 숨을 쉬었던 3월마저 끝났다. 사실 12월 1월 2월에 아껴놨던 히든 카드들을 3월달에 사용했던거라 4월부터는 진짜 맨땅에 헤딩하기다. 실장들과 나의 진짜 진검승부가 시작되는거지...

하지만 경험상 봄이 되고 벚꽃이 피면 사람들 다 나가기 바빠서 매출이 많이 떨어지더라고...크윽. 인간 심리란 어쩔 수 없지...나라도 이런 계절에 병원은 안가지 다 놀러가지...

근데 웃긴게 병원이 기대했던 것보다 은근히 잘된다..?? 은근히 문의가 많이 온다...??

(아 혹여나 볼 사람이 있어서 설명드리는데 절대적으로 잘된다는게 아니고 원래 벚꽃 시즌보다 비교적 잘된다는거다 오해 노노해 성수기때보다 당연히 매출 확 떨어진 상태임) 

퇴근하면서 지하철에서 생각해보니 요새 코로나때문에 어디 멀리 못가면서 대신 보복소비가 터진다는데 그 영향을 성형외과도 받고 있는거 같다. 백만원짜리 여향 대신 백만원짜리 시술로 기분 전환. 

이런 듯하다.

게다가 개인적으론 슬프지만 업무적으로는 기쁘게도 벚꽃이 일찍 피고 일찍 져버렸는데 이것도 꽃구경 대신 병원으로 손님 잡아오는듯하다. 껄껄

난 두려운게 오히려 코로나가 끝나서 해외 여행이 가능할 시기가 두렵다. 아마 그땐 성형외과는 진짜루 개박살나지 않을까 싶다...겁나 윗분들이 뭐라고 할듯...

하지만 걱정이 안되는 이유 ㅎㅎ 나도 코로나 끝나면 여기 이 병원에 붙어있을지 안붙어있을지 모름. 코로나 끝날때까지만 악착같이 붙어있자고 생각하는데 끝나면 아 모른직다다 ㅋㅋㅋ

그러면 4월달되서 또 글 하나 남기고 뿅! 

3월 이제 하루 지났는데 벌써 윗분들이 마케팅 압박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의 전화가 줄었으니 공격적으로 마케팅 해보자 ^^ 이러는데 진짜 공격적인게 뭔지 보여드릴 수도 없고 ㅋㅋ

예산도 정해져있고 인원도 정해져있고 뭐 대폭 할인해주는 수술 시술도 없는. 저번 달이랑 똑같은데 뭔 공격이여. 내가 상품 하나 반값으로 시원하게 할인해서 미끼 상품좀 하자니깐 그건 또 싫다고.

답없쥬?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 성형외과는 12월, 1월, 2월 벌은걸로 여름 휴가까지 먹고 살고, 또 그거 좀 벌어서 추석때까지 먹고 살고, 뜨 그거 벌어서 겨울방학때까지 벌어야하는데...

윗분들은 그런거 없더라. 매일이 힘들다고 하더라. 근데 윗분 중 한분이 멀쩡한 수입차를 다른 수입차로 바꾼건 함정 ^^

여튼 벌써부터 들어오는 올코트 프레싱 압박을 내가 어떻게 팬텀드리블로 귀신처럼 풀어낼지...고민이 깊어진다.  

산반 한국인 반이었다는 장가계

역시 성형외과 매출의 답은 겨울이냐 겨울이 아니냐로 나뉘어진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겨울 아니면 매출은 그냥 그렇고, 내가 아무리 놀아도 겨울이면 매출이 늘어난다. 거의 몇퍼가 늘었지. 1억 중후반대에서 놀던게 2억 중후반대까지 치솟았으니 50~60퍼 증가인가??? 그냥 알아서 전화가 오고 알아서 카톡이 오는 수준. 

그래서 12월부터 2월까지는 나같은 성형외과 마케터에게 휴식과 같았다. 매출이 잘나오니깐 날 건드리는 사람, 내가 뭐하는지 신경쓰는 사람이 싹사라졌다. 다 바빠서 그런가 케케케. 그래도 나도 나름 눈치껏 부스터 밟아서 블로그 글 많이 쓰고 그랬음. 이 매출에는 내 노동 지분이 분명히 있었을게다.

근데 이때가 중요한게 지금 많이 뿌려놔야 나중에 또 비수기때 땅속이라도 박박 긁어서 수확하고 남았던 낱알이라도 줍겠지.

이제 며칠 안남은 성수기. 있는 힘껏 꿀빨고 다시 스트레스 받으러 가보자. 

9월 추석 연휴껴서 역대급 매출 또 한번 터뜨리더니만...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10월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서 미치겠는중. 근데 요새 일에 회의감 또한 극심하게 들어서 더 돌아버리시겄다.

슬슬 여기서 할만큼 한거 같기도 한데 그건 솔직히 한 20%고, 70%는 내 권한이 점점점 없어지는거에 비해 책임은 점점점점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만+부담+좌절이 대부분인거 같다(10%는 연차가 없어서...쉬질 못하는 피로)

매출이란 문제도 있지만 병원 신뢰도면에서 할인 행사 같은건 신중히 정하고, 우직하게 갔으면 좋겠는데...당장에 매출에 눈이 팔려서 잘되는 시술 할인 때리고 또 때리고...거기서 내 의견은 개무시당하고. 근데 매출 안나오고 신규환자 문의 안오면 제일 먼저 욕먹는 사람이 되어서 상심이 몹시 크다.

코로나 시대...버티는게 최선이려나 근데 고민은 점점 깊어져간다. 테스형!! 삶이 왜이래 아버지 아버지 정답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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