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디자이너스 호텔에서 와인으로 적신 하룻밤을 보낸 후. 머가리가 깨진다는 와인의 숙취를 어느정도 느꼈다. 자연스레 해장을 갈구하며 국밥을 찾다가, 마침 호텔 바로 옆에 대한민국에서 곰탕이라는 손가락에 꼽힌다는 유명한 곰탕 명가, 여의도 맛집 하동관이 있다는 소식에 냉큼 방문했다.

직장인이 빠진 토요일 여의도는 한적하다. 점심시간임에도 자리가 꽤나 남는다. 물론, 매장이 무척 넓기도 하지만. 나는 곰탕 특을 주문.

원산지 표시를 보니 고기는 물론, 김치까지 모두 국내산 재료를 사용한다고. 역시 명가는 다르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이정도 재료면 인정한다.

여의도 하동관 곰탕 기준, 가격은 보통 13,000원, 특 15,000원, 그다음부턴 20공 2만원, 25공 2만 5천원. 듣기로는 저 공자에 따라 곰탕 고기가 더 알차게 나온다고 한다.

최상의 재료로, 최고의 맛을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만 장사를 한다는 하동관. 역시 대가는 다르다. 막간을 이용해 여의도 하동관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저녁 장사는 없다. 일요일은 휴무이고. 하루만 늦었어도 방문 못했을뻔. 포장주문도 가능한지, 종업원분께서는 포장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동관 맛의 비밀이 담겨있는 고집들. 곰탕의 온도 70도와 그 온도를 길게 유지할 수 있는 놋그릇, 그리고 숟가락(?)이라고.

주문과 거의 동시에 나온 하동관 곰탕. 내장 넣을까요라고 물어보길래 내장 매니아인 나는 당연히 넣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키야. 환상의 비주얼이다.

내장과 양지살. 만오천원이지만 그 가격이 전혀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혜자다 이건.

안에는 밥이 토렴되어 나온다. 맛의 비법중 하나가 이런 정성아닐까. 그리고, 저 양지와 내장의 익힘 정도와 양이 보이는가. 양지의 야들함과 내장의 쫄깃함이 잘 살아있도록 익힌게 완벽하다.

숟가락을 들어 국물 한 입을 맛보고 그릇을 들어 후루룩 마신 후 파를 넣었다. 아까 말했던 국물 온도의 비밀 70도라 그런지 그닥 뜨겁지는 않다. 적당히 따뜻하네?라고 느낄 정도. 뭔가 조금 국밥스럽진 않지만 이게 임금님의 맛이라면 그런거겠지. 납득이 나는 빠른 편이다.

내가 혼밥이라 그런지, 김치와 깍두기를 한 접시에 담아주셨다. 스까도 잘해먹는 나로선 이래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하동관 즐겨찾는 어르신들은 저 깍두기 국물을 국밥에 넣어서 드신다고. 나는 하동관 국물을 온전히 느껴보기 위해 섞지 않고 말끔하게 먹어보았다. 하동관 내공이 쌓이면 그렇게 도전해볼듯.

내가 좋아하는 후추도 솔솔 뿌려주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해볼까.

마지막 항공샷 한번 찍어주고. 식사. 이미 맛본 국물을 사진 찍느라 한참을 참고 있었어서 그런지 술술 넘어간다. 호로로로록. 자극적이지 않은 맑은 곰탕이 식욕을 더욱 돋궈준다.

내장과 양지는 정말 내가 아껴먹은 거이기도 하지만 정말 많기도 하다. 고기반 밥반이라고 해야하나. 질좋은 한우 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하동관의 매력.

그런데, 하동관 관련 글을 보다보면 직원분들이 무척 불친절하다는 후기를 많이 봤었는데. 이날 경험한 여의도 하동관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명동이나 코엑스보다 좀더 토요일에는 한가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국물이나 김치, 깍두기를 어느정도 먹으니깐 종업원분들이 먼저 오셔서 국물도 더 담아주고, 반찬도 채워주고 그랬다. 흠.

하동관의 오랜 역사가 담긴 곰탕에 낮 소주를 기울이는 할아버지, 잠시 일을 보러온 듯한 중장년 분들도 많았지만 여의도 데이트를 즐기다온 것 같은 젊은 커플과 어린 아이를 대동한 가족들도 보였다. 아마도 하동관의 역사는 젊은 커플과 아이를 타고 또 이어질듯.

다시 국물을 양껏 담아주신 곰탕. 식사를 재시작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이미 터질 것 같은 배에다가 담았다. 배가 물배찬것처럼 출렁거리지만, 이건 그냥 물이 아니라 사골국물이라구.

명성이 자자한 하동관 첫 체험. 하동관 곰탕이 왜 이렇게 역사가 깊은지, 여의도 맛집으로 손꼽히는지 알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앞으로 코엑스와 명동 하동관도 경험을 하긴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객이라면 하동관 한번쯤은 부숴봐야하지 않겠어?하고.

그러면 진짜로 여의도 하동관 방문 후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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