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회사가 있는 성수에서 당일치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친구는 직원이고 내가 아르바이트라니. 조금 체면이 안서긴 하다만 자존심이 밥먹여주나? 돈을 짭짤하게 준다는데 백수가 안갈 수가 있어야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동안 힘을 조금 많이 쓰긴 했지만 간만에 아무 생각없이 몸 쓰는 일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일을 마친 후에는 친구네 회사 대표님께서 친구랑 여기까지 왔으니 맛있는 것좀 먹으라고 카드까지 주셨다.

성수는 카페가 유명한데. 음.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차에 친구가 성수에는 족발과 감자탕이 유명하다고 하면서 추천해준 성수 맛집 소문난 성수감자탕으로 향했다.

위치는 성수역 4번 출구에서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있다.

6시 땡!하자 칼퇴하고 직행했던 소문난성수감자탕. 그렇지만 이미 가게 안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우린 가게 입구쪽 근처에 앉았다. 사진으로도 보이지만 안쪽에도 자리가 있고, 근처에는 2호점도 있다고 한다. 

소문난성수감자탕 메뉴와 가격. 우린 두명이라 감자탕 소자(2만 4천원)로 주문. 친구 말로는 여긴 저녁보다 점심에 사람이 더 많다고. 뼈해장국도 아주 일품이라고 한다.  

근데...내가 봤을 땐 저녁인 지금도 장사 엄청 잘되고 있는데? 점심은 대체 어느정도길래?

소문난성수감자탕은 그 유명한 백종원님의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곳이다. 맛집이긴 맛집인가보다.

 

다만 친구 녀석은 성수감자탕이 맛집이긴한데, 굉장히 불친절하다고 먼저 주의를 주었다. 근데 이날은 딱히 불친절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일은 없었다. 주문도 빨리 받으시고. 더 달라는 것 주시고.

아, 저 사진은 테이블에 붙어있는 건데. 저게 감자탕 냄비를 가열하는 거. 냄비 위치 조절을 근데 잘해야 작동하더라. 신기하기도 했고, 굉장히 조작하기도 편했다. 감자탕을 1mm도 움직일 수 없었긴 하다만.

음식 세팅은 빨랐다. 거의 주문과 동시에 차려지는 것 같았다. 감자탕과 깍두기, 김치, 오이와 고추, 양념장 등이 세팅.

감자탕이 끓여지는 동안 김치와 깍두기를 맛봤는데 맛이 괜찮았다. 고추도 청양고추가 아니라서 아삭하니 쌈장 가득 찍어 씹어먹기 좋았다. 

소자지만 내용물은 소자가 아니다. 냄비 위까지 수북하게 올라가 있는 뼈와 감자, 깻잎과 내가 좋아하는 팽이 버섯이 장관이다.

사실 몇분이지만 몇십분처럼 느껴지는 기다림이 끝나고. 팔팔 끓는 감자탕에 숟가락을 집어넣어 국물을 한 입해보았다. 찐~한 육수맛이 느껴졌다. 제대로 뼈와 고기를 고아낸 느낌. 집나간 아이가 엄마 찾듯 우리는 소주를 불렀다. 입맛을 부르려고.

뼈다구 한점을 건졌다. 뼈가 엄청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붙은 살점에 국물이 잘 배어들어있고, 야들야들한 것이 혀에 띈다.

소문난성수감자탕에서 국물말고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고기 찍어먹는 소스이다. 감자탕집 가면 성의없이 그냥 케찹통에다가 와사비와 간장 섞은 양념을 주는 곳이 많은데. 여긴 더 신경써서 고추도 송송 썰고, 양파도 찹찹 썰어다 소스를 만들었더라.

이런 소스에다가 양념 잘 배어든 야들한 고기를 찍어먹으니 맛이 없을 수가 있겠나.

감자도 한입. 요새 감자가 비싸다던데. 구황작물이 맞나? 하여간, 감자도 한입. 감자는 내가 너무 빨리 꺼내먹었는지 살짝 설익었었다. 너무 서두르면 안된다. 감자도 인생도.

하나 꺼내먹고...술 한잔하고 또 꺼내먹었다. 이날 몸을 많이 써서인지 팔 다리, 허리가 후들거렸는데 그래도 고기를 먹으니 한결 나아졌다. 물론, 내 돈이 아니기도 하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친구네 회사 카드로 먹었기 때문에 ㅎㅎ 라면사리나 수제비사리 같은 얄팍한 수단으로 배를 채우기보단 거하게 뼈추가를 하기로 했다. 이게 8,500원짜리 뼈추가. 그냥 소자 한개가 더 나온 느낌.

이렇게 다시 시작한다. 뼈 한점 뜯으면서.

이날은 월요일이었는데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사람은 많고 종업원분들은 엄청 바빠보였지만 염려했던 바와 달리 친절해서 다시 다행.

옆 테이블을 보니 외국인도 여기서 뼈해장국을 먹고 있더라. 성수동이 외국인들한테도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느낌. 독특한 카페가 많아서 그런걸지도. 아마 카페를 가고 맛집이라고 해서 여기 소문난성수감자탕을 찾아온듯.

수북하게 쌓인 뼈가 오늘 현장에서 어떤 참사가 일어났는지 살짝 짐작케한다. 볶음밥도 먹고 싶었지만 고기라는 지방만으로 배를 가득 채운 부르주아 모드라 탄수화물 같은 헛배채움은 생략하기로 한다.

소문난성수감자탕 별관은 바로 옆 건물에 있으며, 주차 이용시에는 영수증을 꼭 챙길 것. 그리고 성수감자탕 영업 시간은 24시간이라고 한다. 국밥집이라 육수 관리를 하루종일 하는듯.

해가 있을 때 들어갔는데, 나와보니 어느새 해가 졌다. 손님들도 줄서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문날만했던 성수역 맛집, 소문난 성수감자탕으로 마무리했던 이날 하루. 짧은 시간 일하면서 돈도 벌고, 친구네 회사도 직접 보고, 저녁 식사까지 알뜰히 챙겼으니 굿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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